금융시장 급변동성은 그 자체로 시장심리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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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급변동성은 그 자체로 시장심리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아침이슬> 2010. 6. 8. 11:11


최근 금융시장은 일정한 방향성을 강하게 띠지 못하고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시장참가자들의 심리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장심리가 이렇게 악화되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정책당국과 중앙은행의 의지가 없으면 신용위축이 불가피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오늘도 유로존의 SPV설립 뉴스로 인해 시장은 반등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이 뉴스는 간단히 말하면 국채에 대한 신용을 보강해주는 것이며, 그에 따라 금융기관의 손실가능성을 줄여주는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역시 금융기관이 현재 얼마나 리스크회피심리가 강한지 그대로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국채시장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보강에 목말라 있었고 관련된 합의가 나오자 시장은 반등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취약한 시장심리는 장기화될 경우 금융기관의 자금중개역할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며 그에 따라 전체적인 통화회전속도의 저하와 더불어 소비여력의 축소, 기업투자의 위축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밖엔 대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간단히 말해서 지난 10년간 우리는 버블을 너무 많이 쌓았습니다. 버블이라는 것은 리스크 선호현상이 극대화되어 정상상태라면 신용이 확대되지 않을 부분까지 확대되었다는 뜻이고, 이것은 금리에 비해 과다한 리스크를 금융기관이 떠안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이 정상화되는 길은 오로지 단 하나,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 뿐입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1.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채무자의 부담을 줄이고 채권자의 평가손실을 줄인다.
2. 리스크의 실현을 통해 채권자의 손실을 확정짓고 그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현재 안고 있는 리스크가 워낙 큰 나머지 쉽게 리스크 실현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이 사실상 안고 있는 부실채권의 양이 너무 거대하다는 인식아래 신용위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본원통화공급에 시장은 떠받쳐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민간금융기관의 건전성은 확보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상업은행의 파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현 상황은 사람의 몸으로 따지면 동맥경화현상이 일어난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혈액의 양, 즉 유동성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만 유동성을 공급하면 혈압이 너무 높아져 혈관이 터져서 유동성이 강하게 유출될 수 있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동성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안전자산이라고 판단되는 부문으로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현재 금의 상승세는 이와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혈관을 청소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의 리스크 확정 및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부문의 투자손실을 실현시키고 그에 따른 손실을 공적자금투입으로 막아내는 작업을 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이상의 금리인상이 필요합니다.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부실채권이 늘어나지만 민간 유동성이 금융기관으로 유입되는 속도도 증가하게 됩니다. 민간 유동성유입의 증가는 부실채권이 발생하여 신규자금대부가 불가능해진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새로운 대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베이스가 되어주게 됩니다. 현 상황은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발생할수록 금융기관이 신규대출을 회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문제를 야기시키며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적인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하게 됩니다. 채권시장이 리스크에 대한 반영을 충분하게 하지 못하고 오로지 중앙은행이 투입한 유동성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의 경쟁이 벌어지는 투기장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예금이 늘어나도 대출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너무 높았던 예대율을 정상화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또한 대출을 쉽게 하지 못할만큼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계속 되는 한 우리는 금융시장의 취약한 심리를 계속해서 보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특히 현재 한국경제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대출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평균 60~61%정도였던 것이 최근들어 65%를 넘어서는등 금융기관의 리스크 회피선호도는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부실한 부문은 떨쳐버리고 과감한 선제적 개혁만이 그나마 살릴 수 있는 부분이라도 살리게 됩니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다가는 장기불황으로 모두가 죽는 길을 걷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