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메가뱅크, 아직까지 시기상조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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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메가뱅크, 아직까지 시기상조인 까닭은?

<아침이슬> 2010. 6. 17. 14:31


지난 포스팅에서 메가뱅크를 추진하는 KB에 대해 OECD가 왜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는지에 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 메가뱅크 창설에 우리나라는 큰 문제가 두가지 있습니다.

1. 금융감독기관이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로 사실상 단일화되어 있다는 점
2. 신용평가기관의 공신력이 아직까지 부족하여 리스크 관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이 두가지가 왜 문제인가?


일단 금융감독기관이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못한 금융위원회라는 것은 현재 금감원이 사실상 정책의 기획단계에서 배제되고 금융위원회의 수족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금융감독기관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와 거의 비슷합니다.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리스크 선호, 독점현상을 배제하고 선제적으로 금융시장의 위험을 차단하여 시스템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금융감독기관의 사명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민간 금융기관은 자산 불리기 경쟁과 수익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 최대의 리스크를 부담하고 예대율을 상승시켜 자기자본대비 수익을 늘리길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경기의 호황기에는 평가되는 리스크가 적어지기 때문에 과도한 리스크 선호현상이 일어나기 쉽고 이로 인해 경기의 진폭이 커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어떤 경우든 확장적 신용정책을 유지하여 경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금융감독기관에 어떤 방식으로든 과도한 규제는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하여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언제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은 정부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독자적 정책수립과 예산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현재는 인적 구성, 물적 기반 모두 정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제대로 금융감독기능이 수행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특히 메가뱅크가 설립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리스크 부담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설명했지만 메가뱅크는 대마불사로 인해 파산시킬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리스크 선호에 따른 이익은 주주와 은행이 누리고 리스크 실현에 따른 손실은 국민들이 부담하게 되므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기능의 강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만약 한국형 메가뱅크를 설립해야 한다면 그 전에 금융감독기능의 독립과 강화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메가뱅크 도입은 경기부양을 더 쉽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로 한국의 신용평가기관의 공신력이 부족하여 리스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한신정과 한국신용평가원 등이 있으나 아직까지 리스크 평가기준이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이며 결과도 그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가뱅크 내부적 리스크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할텐데 리스크 평가에 관한 역량이 아직까지 제대로 쌓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시일내에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갖춰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따라서 메가뱅크 설립시 리스크 선호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메가뱅크 설립에 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메가뱅크를 MB정부의 측근인 어윤대씨가 KB지주회장에 취임하면서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를 민영화해야 하는데 인수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산은금융지주의 경우까지 하나금융지주에 맡기기엔 하나금융지주의 여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KB가 직접 나서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금융산업에 대한 장악력을 더 높이기 위함이라고 보여집니다. 현 우리금융회장인 이팔성씨는 전 교향악단 단장으로서 금융에 대한 전문성 논란이 있는 인사입니다. 따라서 국제금융의 전문가로 불리우고 있는 어윤대씨에게 금융산업의 재편을 맡기고 싶은 것이 MB 정부의 의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국형 메가뱅크는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일입니다.
선결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가뱅크만 세워낸다면 MB정부의 성과주의와 맞물려 리스크 선호가 강해질 수 있는 위험이 충분히 있으며 이러한 위험부담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