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이 조금 더 나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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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이 조금 더 나은 이유.

<아침이슬> 2010. 5. 30. 13:40



어떤 분과의 논쟁이 벌어져서 그대로 옮깁니다.
한번 읽어보시는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음.. 제가 말을 좀 공격적으로 해서 4막5장님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님이 상당히 지식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오늘 글을 보니 찬찬히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먼저 대공황이 온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공급중심 경제학입니다.

각 은행의 방만한 통화운용은 버블 붕괴의 충격을 증폭시킨 이유인 것이고

가장 중심적인 이유는 총수요의 한계를 무시한 과잉생산에 있습니다.

 

그런데 4막 5장님이 "공급중심 경제학이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라고 하시니 상당히 의외네요.

 

 

케인즈 이론의 핵심은 수요가 공급을 이끈다는 것입니다. 케인즈 이전의 학자들을 뭉뚱그려서 고전학파라는 하나의 틀로 묶을 수 있는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세이의 법칙(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 = 공급하면 결국에는 수요가 이루어진다)이었음에 반해, 1930년대 대공황은 그와 같은 세이의 법칙이 더이상 진리명제가 아님을 보여주었고, 이에 대해 케인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님이 말하는 생산성 향상은 1930년대 이미 말해왔던 부분입니다.

당시에는 님처럼 미시경제적 입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었죠. 고전학파들이 말이죠.

하지만 그런식으로는 공급측면만 설명하게 되지 수요측면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공급측면을 강조하다보니 님처럼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생산을 늘리면 수요가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생산을 늘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해도 수요가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즉 공급만 제대로 되면 모든게 해결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

 

물가는 더 싸지고 근로자에게 임금은 더 많이 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A라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B,C는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실업자가 생기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A라는 기업이 생산성을 향상시켜왔기 때문에

노동력을 추가 투입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업자가 증가하죠.

생산성 향상은 다시 말해 수요층이 될 노동자의 수를 줄여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성 향상은 노동력의 투입을 더 적게 만들어 줍니다.

더 적은 노동력의 투입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부의 편중현상을 초래합니다.

 

대공황은 이런식으로 풍요속의 빈곤을 만들어왔던 것입니다.

 

물론 대공황의 쇼크는 은행들의 통화남발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공급중심 경제학의 실패로 인한 과잉생산에 있는 것이고

은행들의 통화남발은 이러한 경제학의 실패를 모르고 있던 은행들이 안심하고 부채를 창출했지만 결국에는 각 기업의 도산, 실업자의 증가로 인해 망하게 된 것입니다.

 

대공황은 공급중심 경제학, 미시경제 중심의 경제학의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입니다.

대공황 이후 우리는 케인즈로 대표되는 수요측면의 경제학, 거시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명백하게 생산성 향상은 소비의 증가를 불러옵니다.

소비량의 증가를 불러오고, 소비량 증가가 포화에 달하면 소비수준의 증가를 불러오고,

소비의 다양화와 레저/여행 등 문화적 소비의 증가를 불러오고....

 

이러한 것은 오로지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게 이렇게 안된다는걸 보여준게 대공황이란 말입니다.

님은 지금 이미 실패한 경제학의 논리를 들고 와서 저에게 맞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이 소비의 증가를 절대로 불러오지 않습니다. 이 두가지가 필연이 아니란 겁니다.

그래서 케인즈는 총수요 증대를 위해 정부개입을 요구한 겁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인플레이션 자체의 뜻은 명확합니다. 통화가치 하락에 의한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이유에 대해서 저마다 논의가 있을 뿐입니다.

통화수요함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님은 각 학설이 인플레이션의 이유로 지목하는 것을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님이 말하는게 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 다시 살펴보죠. 님은 유동성 과잉, 저금리 두가지가 물가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물가상승과 인플레이션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렇죠? 근데 유동성 과잉, 저금리는 통화가치하락을 각각 설명하는 대표적인 논거들입니다. 님은 그렇기 때문에 (님이 의도했든 아니든) 통화가치하락이 물가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화가치하락이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는 현상을 우리는 뭐라고 하죠?

 

바로 그렇습니다. 인플레이션. 그것입니다.

 

그리고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사람들의 실질 구매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굉장히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겁니다. 일시적인 가격하락은 사람들의 실질 구매력을 늘려주죠. 하지만 지속적인 가격하락은 선두기업의 독점적 시장형성을 가져옵니다. 나머지 기업들은 경쟁력 상실로 인해 나가떨어지게 되죠. 실질임금이 증가하는 것을 선두기업의 근로자가 독점적으로 향유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해결방법은 세금을 걷어서 실업자들에게 나눠줄 수 밖에 없죠.

 

문제는 기업들의 도산이 실업을 불러오고 그래서 사회전체적으로는 물자생산이 많지만 그것을 살 수 있는 수요계층은 점점 줄어든다는 겁니다. 실업의 문제를 불러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산성 향상은 바로 노동력 투입의 필요가 적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노동력을 그대로 투입한다면 과잉생산을 불러오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잡쉐어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것은 개개인의 실질임금상승을 결국 임금 하락을 통해서 상쇄시켜버리기 때문에 논외로 합니다.

 

 

 

 

그리고 님은 무슨 종합적인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니까 중앙은행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데 그게 무슨 궤변입니까? 중앙은행의 시각은 경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통화정책의 향방을 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님이 종합적인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든 중앙은행의 시각에서 바라보든 별 차이가 없는 것이고 문제는 님이 물가를 하락시켜도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바로 중앙은행이 물가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앙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 겁니다.

 

님은 내내 무슨 한국은행이 역사의 뭐지 아무튼 죄인이니 뭐니 이런 이야기 쭈욱 해놓고 이제와서 중앙은행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니 님이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건지, 님이 스스로 뭘 말하고 있는지 이해는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기업들의 측면에서도 살펴보죠.

 

"이들이 도태되면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더 많이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전체적인 부는 오히려 증가합니다."

 

미안하지만 승리한 기업들은 조금 더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겠지만 이전보다 노동력이 필요한 정도는 감소합니다. 생산성의 향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은 일어날 수 있겠죠. 효율적 배분은 균등배분과 다르니까요.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적인 부는 증가했지만 실업자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일부의 사람들이 부를 독점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님 생각대로 효율적 배분은 사회전체적인 부를 증가시키지만 그 혜택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가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 겁니다.

 

생산성 향상은 사회전체적인 부를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사회전체적인 부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일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잘살게 되는게 아닙니다. 독점적 시장환경의 조성은 부의 편중이 효율적배분으로 인해 일어나는 결과물로 나타나게 되고 따라서 풍요속의 빈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만도가 냉장고 사업에 진출하게 만들어주자는 겁니까? 사회전체적으로 봤을 때 독점시장을 형성하는 이유가 물가하락으로 인한 리스크가 있는 경우보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시장진입장벽을 좀 낮춰주는 편이 전체적인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미시적으로 봤을 때 시장진입장벽이 큰 전자제품, 철강 등의 산업에 다른 기업들이 마구 뛰어들게 하자는게 아니란 말입니다. 시장 진입장벽이 고정설비투자 이런걸로 큰 부분은 물가하락, 상승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통화가치 증감에 따른 시장진입장벽은 최소한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님이 핵심적으로 착각하는게 있는데 통화정책은 부를 창조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실질임금의 증감을 논하고 있다는 겁니다. 경제학상으로 장기적으로 통화공급은 결국 실질임금을 늘려주지도, 줄이지도 못합니다. 물가가 올라가면 임금상승의 압박이 커지고, 물가가 내려가면 임금 하락의 압박이 커집니다. 물론 임금을 하락시키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일어나서 실업자가 늘어나죠.(선두기업의 근로자는 돈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생산성 향상은 실질임금을 늘려줍니다. 하지만 그게 통화가치의 증감과는 상관이 없다는 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면 실질임금은 늘어나고,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면 실질임금이 늘어납니다. 재화의 양이 늘어나니까 화폐의 양과 상관없이 사회전체적인 부는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요한게 실질임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부의 편중현상심화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생산성 향상이 일어난다면 물가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실질임금은 늘어난단 말입니다. 님 말대로 물가가 하락해야 실질임금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옛날보다 먹고살만 해졌죠. 사회전체적으로 실질임금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부의 편중현상은 어떤가요? 모두가 님 말대로 실질임금이 증가하니까 잘살고 있다고 느낍니까?

생산성향상으로 인한 혜택은 누구나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님 말대로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면 부의 편중현상은 더 극심해진다는 겁니다. 시장의 독점형성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또 님은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면 디플레가 일어나도 실질임금이 늘어난다고 말하겠죠. 그러면서 물가안정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제가 위에서 말했던 기업의 시장진출장벽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물가 안정이 꼭 좋은게 아니라는 겁니다. 차라리 어느정도의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는 편이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고 이렇게 시장이 경쟁적이 되면 인류발전에 도움이 더 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