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려대학교 총장이었던 어윤대씨가 KB 지주 회장으로 들어오면서 그가 주창하고 있는 메가뱅크론이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KB, 우리, 산은을 아우르는 초대형 메가뱅크로 일본과 미국의 메가뱅크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을 우리도 육성해야 금융산업의 미래가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여기서 OECD가 은행의 대형화 작업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도대체 왜?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이 무서워서?
그것보다 대형은행의 도덕적해이에 의한 금융위기를 2008년 온몸으로 겪은 선진국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은행 산업은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하는 본질적인 취약성 때문에 뱅크런등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급준비금, 예금보험, BIS 비율등등의 은행의 손실에 대비한 cushion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대형화, 겸업화 하면 일단 거래비용이 줄어든다. 더 빠른 정보와 더불어 더 많은 고객확보와 독점적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더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는 예금으로 인해 예금 금리는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반면 대출 여력을 더 많아지기 때문에 예대금리차에 기반한 예대마진을 늘릴 수 있는 폭이 증가할 수 있다.
그에 반해 금융기관 대형화는 은행파산이 안고 있는 시스템리스크 때문에 too big toi fail 즉 대마불사의 논리로 경영실패에도 불구하고 파산시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것은 지난 리먼 파산시에도 현실화 되는 모습을 우리는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금융기관 파산결정은 더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의 파산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적자금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최소비용의 원칙이다.
공적자금이 충분히 회수되지 못할 경우 이러한 자금은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국민 전체에게 그 댓가를 치루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파산 처리의 방식은 총 4가지가 있다.
1) 청산 방식
2) 자산부채이전방식(계약이전방식)
3) 구제금융방식
4) 가교은행 설립방식
이중 3번이 공적자금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방식이며 4번이 그 다음이고 나머지는 공적자금의 소요가 없다.
그러나 청산 방식의 경우 시스템리스크를 실현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선택하여야 한다.
또한 부실자산의 평가가치를 제대로 시장에서 가져오기 어려울 수 있고 시장 자체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청산방식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튼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이러한 경영실패시 처리방식에 커다란 제약을 가져온다.
금융기관이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인수할 은행이 존재하기 어렵고 가교은행을 설립하여 시간을 벌어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결국 구제금융 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지난 금융위기 때도 시티그룹은 파산하지 않고 구제금융을 빨아들이는 하마가 되었던 전례가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금부터인데 이렇게 초대형은행을 파산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초대형은행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려고 들 수 있다. 왜냐하면 투자가 성공하면 커다란 이익을 수취하고 투자가 실패해도 그 책임은 공적자금을 통해 국민들이 대신 져주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등은 이러한 은행의 위험자산 선호증가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가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재정건전성을 해치게 되어 통화가치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OECD는 이러한 교훈을 본받아 금융기관의 초대형화를 추진하는데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이다.
지금의 화두는 재정건전성의 확보와 부채 구조조정인데 메가뱅크 추진은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메가뱅크를 설립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증가를 통해 여신이 증가할 수 있다.
이것은 은행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리스크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즉 경기부양을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할 단계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메가뱅크의 설립은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이 얼마나 건전성을 확보하는가이다. 지금 서민들에게 여신을 제공할 여유조차 없어서 기존 고객들을 담보대출로 돌리고 제2 금융권으로 내몰고 있는 이 시점에 메가뱅크를 추진한다는 것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OECD의 지적을 KB지주와 우리금융, 산은은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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