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고환율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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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고환율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아침이슬> 2010. 6. 14. 10:09



이번에 한국정부는 은행선물환에 대한 포지션 규제를 실시하였다.
이것을 보고 원화가치의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금리인상시 들어올 재정거래를 막아 고환율을 유지하기 위한 단기적 정책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친 기업적 정책으로서 서민들의 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고환율 정책 자체는 그렇게 무조건 잘못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어 있는 상황이고 따라서 금리인상을 통해 재정거래를 유도하여 환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규제를 통해 우리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재정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융위기시 원화가치에 대한 충격이 재정거래를 통해 흡수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위적인 고환율정책을 통해 조성된 친기업적인 효과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 무작정 경제성장만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은 이유가 환율 하락압력을 버텨낼 자신이 없어서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현 정부는 원화가치의 안정, 즉 물가의 안정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도대체 MB 물가 같은 생활지수는 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그런 뜻이 없었다고 해도 이번 규제는 중앙은행의 원화가치 안정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 금리인상을 통한 외환부문의 안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묶어버리는 효과를 내게 된다. 이것은 다시 말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정부에 유리한 쪽만 취하도록 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금융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이다.
파생상품 거래가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파생상품 거래를 이렇게 제한해버린다면 어떻게 향후 금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것인가? 한마디로 이번 규제는 결코 시장에 좋은 영향을 가져오기 어렵다.



여기서 간단히 정부의 의도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짚어보자면 해외충격으로 인한 한국물의 투매현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조절하자는 의도가 없지는 않다. 일단 외국자본에 의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고 선물환 매도는 이러한 충격이 오는 경우 문제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해외 수출분에 대해 선물환 매도로 헤지를 한 경우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충격을 통해 한국물 투매가 발생하는 경우 이것은 이미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것이고 도리어 선물환 포지션 제한에 따라 추가적인 재정거래가 되지 않는 문제를 초래하여 결국 한국물 투매의 충격을 정부 당국의 외환보유고로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문제를 가져온다.



요약하자면 지난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환율 정책을 쓰기 보다는 원화가치의 안정에 정책의 중점을 둘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분명 정부가 금리인상을 통한 재정거래를 막아 현재의 고환율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표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반기 경기하강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위기 재발시 한국물의 발목을 잡아 문제를 증폭시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시 부작용은 국민 모두가 받아내고 정책의 과실은 기업들에게 집중되는 이러한 정부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부의 배분에 대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3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은 9월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던 시점은 언제인가?
정책을 시행하는 시점 또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원화가치 안정은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정책은 결코 원화가치의 '안정'이 아닌 고환율 체제의 지속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