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각 건설사들은 구조조정 압력을 강력하게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저축은행 PF부실이 터져나오고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며 국민경제에 상당히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내부정보로서 관계자들만이 알고 있는 사이 벽산건설은 상장 폐지를 앞두고 내부정보를 보유하고 있던 우리은행이 벽산건설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에서 내부정보의 악용에 관한 상당한 의혹이 불거져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은행은 장부가의 35%이하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 손절매를 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시장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매도 시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 폐지 직전에 매도작업을 완료했다는 점은 더욱 의혹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사실상 불특정 다수 특히 내부정보를 사전에 입수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개미들에게 이러한 자신의 투자손실을 떠넘긴 것과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정부가 가장 큰 주주로서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는 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은행의 벽산건설 주식 매도는 바로 이런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윤추구의 동기가 사실 민간기업보다 훨씬 적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직책을 수행해야 할 정부소유 기업조차 내부정보를 선점하고 그것을 악용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손해를 보도록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면서 가깝게는 지난 ELS 만기 관련 SK에너지 주가조작 사건이 떠오르고 멀게는 내부정보를 차단벽으로 인해 공유할 수 없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면서 진로를 부실투성이 기업으로 전락시킨 골드만 삭스가 생각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보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기업들로서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하는 금융감독기구의 역할이 새삼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사실상 유일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포스팅들에서도 강조했듯이 우리는 아직도 선진적인 금융감독기구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기구는 정부로부터 인적 독립과 예산의 독립을 해야 하고 산업장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은행과 금융감독기구의 상하관계를 뚜렷하게 하고 강력한 제재수단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이원적인 금융감독기구체제를 가지고 있으나 사실상 금융위원회가 상급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정부기관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은행의 벽산건설 매도를 막아야 할 책임을 이해당사자인 정부가 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부터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의 미래는 금융산업과 IT가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한국 금융에 대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며 이러한 신뢰구축은 금융감독기구를 얼마나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개미로 통칭되는 개인투자자들을 울리지 않고 정상적인 시장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신뢰를 심을 수 있도록 금융감독기구의 재편작업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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