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가장 큰 책무는 물가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물가안정이라고 생각하면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을 생각하기 쉬운데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다르게 중앙은행의 목표인 물가안정은 대략 연 2~3%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것을 뜻합니다.
왜 중앙은행은 물가를 고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2~3%로 유지시켜 나가는 것일까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첫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미래가치 선호도를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하겠습니다.
아래 가정은 유동성공급이 제한되어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우를 간단하게 모델링 한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은 결국 재화의 양이 통화량보다 많게 되는 경우인데 이렇게 되는 경우는 통화량이 줄어들거나 재화의 양이 많아지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이 불러오는 디플레이션이 바람직한 것인가 살펴보기 위한 간단한 모델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합니다.)
사람들이 농산물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양은 100원이다.
농부 A는 10개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위 가정에서 농부 A는 농산물을 평균 10원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부 A가 돈을 더 벌고 싶어서 생산성을 향상시켜 농산물을 추가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투자를 하기 위해 돈을 빌린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농부 A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15개의 농산물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하고 수입이 150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농부는 50원이라는 현재가치를 금융기관으로부터 융통하여 생산성 향상에 투자한 후 생산물을 15개로 늘리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농부가 15개의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으면 사람들이 농산물의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양은 100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개당 6.6원에 판매하고 100원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농부는 빌린 돈 50원을 갚고 나면 손에 50원밖에 남지 않게 되어
기존에 이익을 보던 100원으로는 농산물 10개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50원 밖에 남지 않으면서도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가치는 7.5개 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생산량 증대에 투자한만큼 이익을 보지 못하고 도리어 손해를 보게 되어
생산성 향상에 대한 투자의욕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에 대비하여 그냥 현금을 100원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10개의 농산물을 살 수 있었지만 그냥 돈을 가지고 기다리며 시간이 흐르자 15개의 농산물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앞으로도 최대한 저축을 늘리거나 현금보유량을 늘려 물가가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며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현재가치, 즉 현금을 보유한 자에게 더 이익을 주고 미래가치를 위해 투자하는 자에게는 예상보다 적은 이익 혹은 손실을 안겨주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자하려는 의욕이 꺾이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물가가 고정적으로 유지될 경우의 모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산물 시장에 투입되는 총 유동성의 양은 100원이다.
농부 A는 10개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부 A는 50원을 빌려 생산량을 15개로 늘리는 투자를 단행한다.
중앙은행은 15개로 늘어난 재화의 가격을 고정시키기 위해 50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추가로 투입한다.
위에서 가정된 모델에서 추가된 것은 중앙은행이 50원을 추가로 시장에 투입한 것입니다.
이 경우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부는 시장에 15개의 추가생산물을 투입하여 이익을 예상대로 150원으로 늘리는 효과를 맛보았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에 50원을 갚고 나서도 예전과 같이 100원이라는 이익이 남아있습니다.
원래 예전에는 100원의 이익을 남기면 10개의 농산물을 살 수 있었고 현재도 10개의 농산물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이익이 당장 가시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150원 모두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추가적인 생산성 향상보다는 일단 이대로 생산량을 유지하여
내년에는 생산량 증대에 따른 이윤을 누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금 100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도 100원으로 10개 살 수 있었던 것이 유지되니 성실한 사람은 그냥 저축을 하거나 현금보유를 늘려나가는 것이 손해가 나지 않는 장사라고 생각하여 소비량을 굳이 늘리려 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투자를 굳이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따라서 물가가 고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현금보유를 하는 것도 별 손해가 나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노력한 그대로 보상이 돌아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우의 모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산물 시장에 투입되는 총 유동성의 양은 100원이다.
농부 A는 10개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부 A는 50원을 빌려 생산량을 15개로 늘리는 투자를 단행한다.
중앙은행은 15개로 늘어난 재화의 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해 100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추가로 투입한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늘어난 재화의 양보다 유동성의 양을 늘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농부의 경우 10개의 농산물을 15개로 늘려 시장에 판매하여 200원의 이익을 올립니다.
50원의 빚을 갚고도 150원의 이윤이 남습니다.
150원은 농산물을 11.25개를 살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존에 100원의 이익에서 50원의 빚을 상계하면 농부에게 농산물 5개의 가치를 지니는 50원이 남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익을 생산성 향상을 통해 농부가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력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 농부는 앞으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그에 반해 돈을 100원 가지고 있던 사람의 경우엔 그대로 돈을 가지고 있게 되니 손해가 납니다.
기존에 100원을 가지고 농산물을 10개 구입할 수 있었지만 가만히 가지고 있으니 7.5개 밖에 살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그냥 현금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농부의 이윤창출에 투자하여 이자를 받거나
투자금에 대한 배당을 받아 현재의 가치를 미래가치로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위의 세가지 경우는 극히 단순화 시킨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중 기업들의 투자의욕에 어떤 것이 더 좋은 가를 우리에게 쉽게 이해시켜줍니다. 위의 경우는 화폐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는 것으로 전제하였고 시장의 재화에 대한 수요는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전제로 하였습니다. 이런 가정을 하게 된 이유는 유동성의 양과 재화의 생산 양 자의 사이에 대한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모델링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따라서 화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즉 완만한 형태의 인플레이션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게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화폐증발은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어 실물에 대한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화폐증발은 또한 화폐발행으로 인한 이익을 중앙은행이 취하도록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이익은 국고로 환수되어 국가의 재정지출에 사용되게 되며 이것은 국민 전체를 위해 사용됩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국민이 직접 보유하는 미래가치를 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손실은 국고로 환수되어 다시 국민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서로 상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엔 국고로부터의 지출, 즉 정부지출의 도덕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도덕성 상실은 특정 세력,특정인에게 화폐증발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리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나타나게 할 우려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선호하는 이유는 좀 더 있는데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다음번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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