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은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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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은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

<아침이슬> 2010. 7. 13. 09:29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9위에 빛나는 성남시가 갑작스러운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였습니다.
신도시 건설에 투입된 예산 5200억원의 상환을 유예하겠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 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간단히 성남시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판교신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회계에 있는 돈을 일반 회계로 당겨 쓰면서 다시 특별회계로 채워넣어야 할 돈이 있는데 그 돈을 당장 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해당 채권자와의 교섭을 통해 최후에 선언되어야 할 것이며 제대로 된 교섭 한번 해보지 않고 무작정 모라토리엄 선언을 해버리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인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성남시는 사실 채무상환을 모라토리엄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지방채발행 한도도 충분히 남아있으며 신임 시장의 공약사항 이행을 조금 늦추면 충분히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런 충격적인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지 않고도 현재의 재정상황을 유지해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정치적인 이유에서의 모라토리엄 선언인데 이것이 전임 시장의 방만한 행정예산운영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도 향후 지방채와 공사채, 더 나아가 국채의 금리움직임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라토리엄 선언은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정치인의 정치적 고려의 산물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사업비에 대한 지급유예를 선언하자 국토해양부와 LH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남시가 주장하는 공동공공사업비(2300억원)와 초과수익부담금(2900억원)의 규모가 맞는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공동공공사업비란 도로나 하수처리시설 등 공공사업시설을 짓는 비용으로 사업시행자인 LH·경기도·성남시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돈이며 우선 LH가 사업비를 집행한 뒤 경기도와 성남시에게 사후 정산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업이 끝나지않아 정확한 비용을 정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적정수익 수준도 성남시 및 관련 부처와 아직 협의 중인 상태입니다.
 
국토부는 일단 이번 문제는 사업 시행자간의 자금분할에 관한 사항이어서 판교신도시 준공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LH의 경우 통합과 4대강 사업에 따른 후유증으로 부채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향후 예정된 신도시 및 보금자리 주택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자금여력이 취약한 LH는 금융부채만 75조원이나 되는 ‘빚덩이’입니다. LH는 별다른 자구노력이 없을 경우 이 금융부채가 2012년에는 136조원까지 불어나 하루에 내야 할 이자만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보금자리주택을 위한 토지 수용비나 건설비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재정여력 부족으로 채권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받아야 할 돈까지 못받을 경우 자금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LH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정부 주택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LH공사가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성남시같은 탄탄한 지자체가 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해버리면 지방채와 공사채의 금리가 상승합니다.
이것은 공공사업 추진에 있어서 금융비용의 증가를 가져오며 이것은 또한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게 됩니다.

더 문제인 것은 그동안 국가재정건전성이 표면상 상당히 좋은 수치를 유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국가채무로 분류되었던 공사, 지방정부의 빚이 주목받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모라토리엄 선언은 다시 말해 최종 보증인인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오게 될 수 있습니다.




현 상황은 통화정책상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의 투입을 통해 부실채권발생의 충격을 막아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만드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처사이며 국가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득만을 노린 단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전임 시장이 시청사 건립에 과도한 예산을 쏟아부은 것은 잘못이지만 이러한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서 국민 전체에게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선언으로 인해 지방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그렇게 되면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은 어려워질 것이므로 결국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패배를 했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지자체장의 공약사업을 중앙정부가 적극지원할 이유가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정치가 정치에서 끝나지 않고 경제, 특히 금융측면에 문제가 생기도록 할 경우 지불해야 할 댓가는 상당히 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