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대책, 무엇때문에 비판받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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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대책, 무엇때문에 비판받는 것인가?

<아침이슬> 2010. 5. 13. 21:01




어제 그리스에 IMF가 왔습니다.

 

97년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패닉 그 자체였으며 금리와 환율, 물가는 폭등했으며 주가와 자산 가치는 급락하였습니다.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이므로 유로화의 가치를 떠받치는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인해 환율과 물가가 폭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결코 긴축정책 없이 현 상황을 돌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가 IMF를 맞이한 것은 역시 과다한 공공부문 부채이며 이러한 부채가 생산성 있는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건설경기 떠받치기, 연금등 시혜성 정책 확대하기에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그리스가 IMF를 맞이하던 날 대규모 미분양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대책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집값의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해왔던 것에 대해 정면으로 입장을 뒤집는 행위이며 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도 못하며 국민 혈세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분양 대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부는 미분양 대책을 위해 DTI 한도(서울 강북 50%, 수도권 60%)를 초과하는 대출(LTV한도 이내)에 대해서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2. 또 신규주택 입주를 못하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부부 합산) 가구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연 5.2%로, 최고 2억원까지 대출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 국민주택기금의 대출

 

 
3.정부는 이와 함께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건설사에 대해 공공공사 대금을 담보로 대출(브리지론)을 받을 수 있도록 최고 300억원까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보증을 서주기로 했습니다.

-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4. 정부는 이 밖에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매입을 3조원 규모로 확대해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준공 전 미분양 2만가구를 사들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1000가구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키로 했다.

 

-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매입, LH공사의 미분양 주택 매입.

 

 

 

 

위에서 언급한 미분양 대책의 대부분이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잠재적 공공부채의 확대입니다.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확대를 막고 있는 DTI규제를 허무는 대신 국가가 나서서 보증을 해주고 퇴출당해야 할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보증을 서주고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매입 방식으로 사주는데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팔아버린 건설사는 이 아파트를 다시 매입할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인 상황입니다.

 

이번 미분양 대책의 주된 비판점은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1. 이미 과도한 가계부채문제를 줄이려고 하지 않고 도리어 건설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공공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문제 발생을 지연시키려 하는 것

 

2.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인데 우리나라는 통일비용을 감안하여 유지해온 재정건전성을 남북정상회담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재정건전성이 좋다는 이유로 함부로 공공부채를 늘리고 있는 점

 

 

 

먼저 1번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면 지난 포스팅인 과연 부동산이 V자 회복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에서 언급했듯이 시장 자체적으로 이미 가격지탱여력을 상실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자산 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등락이 있는 것인데 정부가 이러한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면 민간 부문 부채를 공공부문이 과도하게 짊어질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은 느려지고 한국 경제 전체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리할 것은 빠르게 정리하고 살릴 수 있는 부분만 살려야 하는데 현재 주택경기는 정부가 나서서 살리기 위해서는 너무나 큰 자금이 드는 관계로 사실상 시장을 떠받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공공부문 부채를 건설업 경기를 떠받치는 것을 중단하고 IT, 제조업 육성에 쏟아부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로 재정건전성에 관한 의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민간부문 부채가 너무나 많이 쌓여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자체, 공기업등의 부채비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명목상의 정부의 재정건전성 보다도 이러한 사실상의 정부부채에 관한 관심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미분양 대책도 살펴보면 거의 다 각종 기금, 공기업에게 부채를 떠넘기는 형식입니다. 결국에는 정부가 이 모든 부채를 감당하는 주체가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재정건전성을 사실상 크게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비용을 감안한 재정건전성은 그 자체로도 이미 크게 좋은 편이 아닌데도 간접적인 공공부채의 폭증은 재정건전성을 급속도로 악화시켜 미래에 통일문제 접근에 있어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MB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통일 자체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시 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면 제조업의 경쟁력을 금융부문 부채가 갉아먹게 되는 문제를 초래합니다. 정부는 감당할 수 없는 시장의 압력을 미봉책으로 묶으려 하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향후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문에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그리스처럼 IMF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